사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입에서 먼저 "술 한 잔 하러가자."란 말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해서 술마시기를 빼거나 하는 편은 또 아니다...
누가 술 한 잔 하러 가자거나.. 술자리에서 빼거나 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 이상 불편한 자리는 원치 않으니 그런 상황을 100% 모두 받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보니.. 대략 90% 받아주는 듯... -_-a)

암튼 그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술이 하나 있으니 바로 "기네스"라는 흑맥주...
우연히 한 번 마셔본 이 맥주를 내가 이렇게 좋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 그렇다고 주구장창 기네스만 마시려고 찾아다니거나.. 자주 마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아한다"는 표현을 굳이 붙이자면.. 이 맥주 하나 정도에 붙인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기네스에 대한 평을 물어볼 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기네스는 꼭 홍차같애..."
그리고 누군가 내게 홍차에 대한 평을 물어볼 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홍차는 꼭 하여가같애..."


하여가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

고등학교 시절..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
나역시 그 음악을 꽤나 좋아하던 젊은이들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은 흘러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이 나왔고.. TV를 통해 2집 컴백 무대를 숨죽이며 지켜봤는데..
2집의 타이틀곡인 하여가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서태지와 아이들.. 쟤네 왜 저러지...? 왜 2집에선 저런 음악을 내놓은거야...? 미친건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대에 전혀 못미치는 곡이라 폄하했었다...
하지만.. TV에서 하여가를 2번째로 듣게 됐을 때에는.. "음.. 뭐.. 괜찮은 정도일런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3번째로 듣게 됐을 때..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이야...!!"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었다...



홍차를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

고등학교 시절.. "다나카 요시키"라는 일본작가가 쓴 "은하영웅전설"이란 책에 심취해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 책의 두 주인공 중 내가 좋아하던 "양 웬리"라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즐겨마시던 차가 바로 "브랜디를 듬뿍 넣은 홍차"였다...
어린 마음에 흠모하던 주인공의 영향을 받아 나도 따라 마셔보겠답시고 해서 마셔봤는데..
그 홍차를 처음 마신 느낌은.. 한마디로.. "걸레 빤 물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도대체가 이걸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차이니까...'하는 생각으로 재차 마셔보기를 시도했을 때에는.. '음.. 뭐.. 그럭저럭 마실만은 한 건가...?'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후 3번째로 또다시 마시게 되었을 때.. '아!! 이래서 양 웬리가 홍차만 마셨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당시의 나는 미성년자인지라 브랜디를 넣을 수는 없었고.. 그 이후라해도 브랜디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 아니다보니 (그리고 건망증도 한 몫했고) 브랜디를 대신할 요량으로 수준(?)에 맞게 우유를 부은 홍차를 즐긴다...
어느 순간부턴가 카페나 커피숖을 갈 일이 거의 없어 지금은 뭐 기회조차 없긴하지만.. 대학시절 정도때만해도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카페나 커피숖을 가면 친구들이 내 것은 "홍차"로 알아서 주문해줄 정도...
그럼 난 늘 그 주문에 한마디를 덧붙이곤 했었다... "홍차에 우유를 듬뿍 부어주시겠어요...?"라고...


기네스를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

10년하고 조금 더 지난 예전.. 당시 룸메이트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한 술집에 들렀었다...
술집 자체도, 간판도 모두 다소 낡은 분위기였던 그 술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곳이었다...
한마디로.. 술마실 분위기가 나는...? 그런 곳말이다...
술집 점원이 서있던 곳에는 10여개의 생맥주 따르는 수도꼭지(?)가 있었는데, 너무 많은 맥주 종류에 뭘 선택해야할 지 고민하던 나와 잠시 얘기를 나눈 점원은 맥주를 추천해달라는 내 요청에 "이곳에 왔으니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맥주의 맛을 느껴보라"며 1파인트 맥주잔 가득 따라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기네스 맥주였다...

그렇게 해서 처음 마시게 된 기네스 맥주의 첫 느낌은 정말이지 꽤나 좋지 않았다...
홍차를 처음 마셨을 땐 "걸레 빤 물을 마시는" 느낌이었는데.. 기네스 맥주를 처음 마신 느낌은 마치.. "걸레 씹는 맛"이었다...
맥주라기엔 너무도 생소한 맛이었던 것이다...
당시.. 나와 룸메이트 둘다 결국 각자의 맥주잔을 모두 비우지 못했다...

며칠 후 난 다른 친구들과 또다른 술자리를 갖게 되었고.. 친구들의 권유에 다시한번 기네스 맥주를 마셔보기로 했다...
처음 마셨을 때의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예 다소 각오(?)를 하고 마신 탓이었는지는 모르곘지만.. 두번째로 마신 기네스에 대한 느낌은.. '그냥 뭐.. 여느 맥주나 별반 차이날 것없이.. 그냥 뭐.. 마실 만은 하군.' 정도...

그리고 피카딜리 서커스로 놀러갔다가 들른 어느 술집에서 마신 세번째의 음주때 비로소 나는 '아!! 이런 맛때문이로구나...!!'라고 감탄을 했다는...

술을 별반 좋아하지 않다보니 술맛은 잘 모르지만.. 뭐랄까.. 깔끔한 느낌...? (마치.. 블랙커피의 그것과 비슷하다고나할까...?)
그리고 중후하고도 깊은 맛...? (술도 잘 모르는 내가 이렇게 표현하니 우습다... ㅋ) 암튼 뭔가 묵직한 맛이랄까.. 뭐 그러한 느낌...
암튼.. 일반적인 맥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러한 맛에 매료되었다...

일단 기네스 맥주를 마셔보니.. 그 다음부턴 일반 맥주는 마시기 힘들었다...
그 전에는 못 느꼈었던 비린내가 느껴지는 듯해서 말이지... (술맛도 모르면서.. 참.. 대~단한 소믈리에 나셨다.. 그지요...? -_-;)
다른 흑맥주도 몇 번 마셔봤지만.. 기네스 맥주에는 비할 수가 없는 것이.. 일반 맥주에서처럼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비릿한 내음이 느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는...

뭐.. 그야말로.. 몇년에 한번...? 어쩌다 한번 마시게 되는 기네스 맥주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면 기네스 맥주를 찾게 되는 것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찾고픈 심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기네스 맥주를 마실 때마다.. 난 그 때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제 2의 향수병을 앓곤한다...

요 며칠사이.. 기네스 맥주로 인한 추억에 젖어들다.. 결국 어제 인근 홈플러스에 가서 기네스 병맥주 한 박스를 사들고 왔다...
그리고 그중 한 병을 꺼내 마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것...




지금 난...?
행복하다...
나에게 있어 행복은 아주 작은 것...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난 아주 작은 것도 잘 느끼거든...



여담으로 상식 두가지...
1. 기네스 북과 기네스 맥주는 연관성이 있는가...? 있다...
기네스 북은 기네스 맥주 양조회사의 4대손이 만든 것이다. (참고링크: 기네스 세계 기록)

2. 기네스의 맥주병이나 캔에는 작은 공이 들어있어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이를 이물질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기네스 맥주만의 부드러운 크림 거품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질소를 배출하는 widget이란 것으로..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e/e5/Widget_Guiness.jpg
2003년 영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40년간의 발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탄산을 사용하지 않는 기네스 맥주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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